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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의 '유리 구두'가 아닌 <다람쥐 가죽신>

하루가 이제 끝났고,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었다는 일종의 '신호'를 주기 위하여, 
잠자기 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기 시작했고
(드디어 이제 큰아이는 혼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와하하!! 다만 읽을 수 있다는 것과 실제 읽는다는 것과의 차이는 남아 있지) 
그리고 어느날은 그 유명한 "신데렐라"를 읽어주게 되었다. 

아주 어렸을 때는 예쁜 이름처럼 들리던 '신데렐라'가 
프랑스에 와서는 난롯불 재(cendre)에서 나온 재투성이 cendrillon[썽드리옹]이었다니. 
그래도 이 단어는 배운지 좀 되었어서, 이제는 그냥 무난히 넘어갈 수 있었고, 나머지 얘기들도 뭐 알던 거랑 비슷해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던 중, 요정이 신발, 아니 구두를 주는 장면이 있는데, 
"pantoufle de vair"를 준다는 거다. 
으응? 
구두가 아니고 <pantoufle: 슬리퍼, 실내화>를 줬다는 것도 좀 기이한데 
우리가 알고 있는 "유리" 구두라면 "verre"가 되어야 하는데 
"vair"라는 모르는 단어가 나왔다! 두둥.

뭐, 처음 읽어줬을 당시 큰아이는 아직 글을 읽을 줄 몰랐고, verre나 vair나 발음은 동일하기 때문에 
머리는 혼란스러웠지만 그냥 마저 읽고 재우면서, '아니, 애들 책이라도 그렇지 이런 간단한 거에도 오타를 내면 어쩌자는 건지?'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며, 그렇지만 혹시 모르니 그래도 찾아보긴 했는데,
헐, 왠걸, 이 "신데렐라의 신발 재질"에 대한 논쟁이 찾아보니 나오는 거다!!! 
(고맙습니다, 위키페디아, 너 없으면 어쩔 뻔) 

우선 vair는 = 본 글의 제목에 쓴 것처럼, "다람쥐 가죽", 특히 회색 다람쥐의 가죽, 모피를 이야기한다고 한다. 
그래서 pantoufle de vair 하면, "다람쥐 가죽신"
하긴, 신발 재질이라면 응당 가죽 같은 걸로 만들어지는 게 더 당연하잖아?
그래서, 난 또 원래 버전이 vair였는데, 즉 가죽이었는데, 발음이 똑같은 'verre', 유리 구두로 와전이 된 줄 알았는데, 
자세히 읽어보니 또 그건 아니란다 -_-;;

1697년 샤를 페로가 쓴 책에는 확실히 "pantoufle de verre"라고 명시가 되어 있다고 하는데, 
나중에, 1841년에 오노레 드 발자크가 쓴 소설, Sur Catherine de Médicis에서 한 등장인물이 자기 생각에는 이 부분이 잘못된 것 같다며, verre가 아니라 vair라고 고쳐주는 부분이 나온 이후로 
가끔씩 사람들 사이에, 이게 맞느니, 저게 맞느니, 이렇게 논쟁이 되다가, 말다가, 다시 이야기가 나오다가, 말다가,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발자크 본인은 정작 이 부분에 대해서 신경도 쓰지 않았다는 얘기가...)

위키에서는 그 뒤에도 발자크 소설의 해당 부분의 발췌 내용이 나와 있고 한데... 길어서 읽기 실타... 
여기까지 읽어서 아무튼 궁금증은 해결되었으니 그래도 나름 만족스럽달까 ^^;; 

참, 그런데 여기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재질 - 유리인지, 다람쥐 가죽인지 - 에 대해서는 논쟁이 많지만, 
정작 "pantoufle" 즉 '실내화/슬리퍼' 개념에 대해서는 논쟁이 없다고 한다! 
이미 페로가 책으로 옮긴 시기에도, pantoufle의 개념은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개념 = 즉 실내에서 신는 편하고 뒤가 열린 신발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뒤가 열린 화려한 신발이려나? (그러나 새언니들 발에는 안 들어갔잖아?) 

그래서 또 찾아보았다. 
드류 베리모어가 나오는 <에버 에프터: 신데렐라 이야기 (1998)>에서의 신발은 진짜 이렇게 생겼다. 
샌달보다는 뒤쪽이 없는 슬리퍼 형식.
(그나저나 이 영화 오랫만! 진짜 재밌게 봤었던 것 같은데, 우왕! 근데 이제 20년된 영화라니 헐..)
그리고 실제로 다람쥐 가죽 신발을 찾으니 이런 게 나옴. 
(출처:http://lertloy.com/ecole-architecture-nancy/ecole-architecture-nancy-11-pantoufle-de-vair-louboutin-prix-eccogen/)

(그림 출처: https://histoiredeschaussures.com/)

아무튼, 그래서 결론은,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는 그냥 유리 구두.
다람쥐는, 그냥 내버려 두는 걸로. 
(그러면 책은 결국 오타였던 것인가.. 아니면 출판사 담당이 '다람쥐 가죽' 이론의 신봉자였던 것인가..)

by iazen | 2018/06/12 16:39 | 지식 Moins bête qu'hier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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